우리의 목소리가 깜깜한 무대를 가득 채우면
–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정현 인터뷰 -
나, 너의 목소리가 들려.
사회공헌주간의 끝자락인 10월 27일 목요일 오후 5시, 서울대학교 73동 문화관에서 ‘사회 공헌의 밤’ 행사가 열린다.
하늘이 어둑해지고 5시 30분이 되면 공연장의 불이 꺼지고, 관객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잔뜩 기대한 듯한 말소리들이 차가운 공기 중으로 사라지며 특별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숨죽이고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은 왠지 모르지만 다들 안대를 쓰고 있고, 막이 열리고 화려한 조명 대신 어둠이 깔리고, 배우들의 움직임 대신 소리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빛이 새어 나오지 않는 뮤지컬 공연장이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뮤지컬’ 의 이미지와는 생판 다르다. 이 특별한 공연은 ‘오디오형 뮤지컬’ 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뮤지컬이다.
시각 장애인과 정안인의 목소리에는 구분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감동적인 공연을 궁금해할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를 주인공 김정현 (사회복지, 16학번) 양을 통해 들어보았다.
Q ‘너의 목소리가 들려’ 는 무슨 공연인가요?
저희 공연은 글로벌 사회 공헌단에서 장애 – 비장애 벽을 없애는 ‘배리어 프리’ 라는 주제로 시행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예요. 시각장애인분들과 정안인의 목소리에는 구분이 없다는 주제로 기획된 오디오형 뮤지컬이죠.
Q 보통 ‘뮤지컬’ 하면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가 함께하는 종합 예술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오디오형 뮤지컬은 어떤 공연인가요?
오디오형 뮤지컬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뮤지컬 이예요. 춤같이 시각적인 요소는 배제가 되죠. 암전시키고 관객들께 안대를 나눠드려서 오직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연이 진행되어요. 배우들은 백스테이지에 있는 게 아니라 막이 열린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한답니다.
Q 정현씨가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저는 평범한 18세 여고생이고, 꿈이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닌, 그야말로 대부분의 10대들처럼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 역할 이예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일기장을 발견하고 엄마가 자기 나이였을 때부터 쭉 살아온 인생을 보면서 꿈이라는 게 뭔지 고민을 하죠. 엄마의 인생의 에피소드 식으로 진행되고, 저는 청취자로서 라디오를 통해 사연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요.
Q 정현씨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나요?
제가 어렸을 때 피아노 연주를 했었는데,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던 친한 동생이랑 같이 했거든요. 그 친구랑은 듀엣 연주회를 3번 정도 했었어요. 그래서 장애인권 면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뚜렷하게 있다기 보다는 제가 장애인에 대한 거부감, 어려움 등이 없거든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때까지 해 볼 기회가 없었죠. 그래서 대학에 오면 꼭 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침 스누메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홍보물이 온 거예요. 그래서 이 공연에 참가하게 되었죠.
Q 정현씨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공연을 하면서 어떻게 바뀌었나요?
3개월동안 공연을 준비하면서 학교 생활이 굉장히 재미있어졌어요.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법도 배우고, 다른 사람하고 소통하는 방법도 배웠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소에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편인데, 그 분들과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이렇게 소통하는 게 즐겁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소통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했는데 막상 그 기회가 없어서 하는 방법을 몰랐던 저에게는 큰 배움의 기회였죠.
Q 같이 공연에 서시는 시각 장애인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봉천역에 있는 실로암 사회복지관에서 오신 분들이예요. 연령대도 직업도 다양하지만, 보통 5~60대 분들이예요.
Q ‘너의 목소리가 들려’ 공연이 사회공헌주간에 실시되는 것에 대해 사회공헌과 이 공연이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흔히들 ‘사회공헌’ 이라 하면 우리가 사회라는 거대한 존재에 무언가를 해주고 도와주는 걸 생각하잖아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공연 그 자체보다는 ‘소통’ 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요. 소통을 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하는데, 소통을 하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소통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면서 소통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들을 경험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저희는 전달해드리고 싶은 것을 공연을 해서 보여드리잖아요. 이 과정에서 ‘아 이렇게 장애 - 비장애 구분 없이 모두 함께 소통하고 즐기고 있구나!’ 하는 저희의 생각과 밝은 에너지가 전달되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소통’ 이 딱딱하다기보다는 우리가 그것을 즐긴다는 것, 그리고 몹시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 이걸 공연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람들의 마음이 열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공연을 앞두고 무엇을 하고 계시고 현재 느끼는 기분은 어떤가요?
일단은 긴장이 되고, 잘 했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이 있는데 벌써 좀 아쉬워요. 처음 하는 공연이잖아요. 1회적인 거니까 앞으로 어떤 식으로 더 연결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연결이 될 지는, 또 연결 자체가 가능할지는 아직 잘 모르거든요. 이 공연이 끝나면 너무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공연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나요?
우리가 한 건 시각장애인분들과 한 오디오 뮤지컬 공연이었으니까, 다음에는 청각장애인들과 마임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팀원들과 하곤 해요.
Q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 그리고 감동적인 점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세요!
보통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겪는 어려움이 시간 맞추는 거죠. 금요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연습이거든요. 통학생으로서 정말 힘들어요. (하하) 뮤지컬이랑 비슷한 공연은 중고등학교 때 연극 한 게 있고, 저는 보통 피아노 공연만 열었는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에서 느끼는 특이한 감동적인 면은 합창을 할 때 하모니가 연습실에 울려 퍼질 때 느끼는 그 감동. 그 감동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요.
Q 본인이 생각하는 사회공헌의 의미가 공연을 하면서 바뀌었나요? 현재 생각하는 바는 어떠한가요?
공헌이라는 말 자체가 한정적인 것 같았어요. 즐거움과는 연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죠. 현재 생각하는 바는 사회가 나아가고 추구해야 할 어떤 가치들을 이루려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시켜나간다면 어떻게 될 지 궁금하기도 해요.
Q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공연은 본 적도 없고 해 본적도 없지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연이라 관객 분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거예요! 참, 공연 전에 우리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한 안대를 권장해드립니다.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하모니를 내는 사람들 – 이들이 말하는 재미있는 소통의 모습이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10월의 마지막 목요일 오후 5시 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공연에서 깜깜한 무대 위를 가득 채우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