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헌단 소식

[공헌단] 밤골마을 문패 달기 프로젝트 [전공연계 사회공헌 교과목 - 동계활동 소개 ④]

2016-02-27l 조회수 5592
 

<전공연계 사회공헌 실천 교과목> 은 제한된 의미의 캠퍼스 중심 교육에서 탈피,
전공 이론과 사회공헌 활동을 연계하여 직접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각 단과대학(원)과 글로벌사회공헌단이 개설 및 지원한 수업이다.

2015학년도 2학기에는 디자인 관리(미술대학), 제품디자인 문화 연구(미술대학), 프로젝트3(치의학대학원),
제조고려설계(DFM, 공과대학), 복지국가의 이해(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사회과학대학) 와 같이
다양한 전공의 교과목에서 사회공헌 활동과 지적 재산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학기 중 뿐만 아니라 동계 방학 동안에도 주변의 이웃과 소통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친 학생들을 소개한다.


*** 네번째 소개할 팀은 디자인 관리(지도교수 정의철) 수업에서 '밤골마을 문패 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진향기ㆍ임채린팀이다. ***



 



신림동 판자촌 밤골, 집집마다 따뜻한 이름을 달다.

 

 




 

팀별활동 소개

 


저희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 진향기, 임채린 둘로 이루어진 밤골 문패 프로젝트 팀입니다.

2015-2학기에 정의철 교수님의 디자인 관리를 수강하였습니다. 이 수업의 목표는 하나의 마을을 선택하고 그 곳에 필요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을탐방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마을을 탐색하던 중, 사회공헌단의 지원을 받아 전공 연계 사회공헌 사업과 연계하여 판자촌에도 탐방을 가게 되었습니다. 신림동 판자촌의 율곡 경로당을 방문하여 마을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판자촌의 일부를 함께 탐방하였습니다. 바로 우리 학교 주변에도 상상도 못하던 열악한 환경이 바로 우리학교가 위치한 관악구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고민하던 중 저희가 더 자주 접할 수 있고, 저희가 실질적으로 공헌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신림동 판자촌을 대상 마을로 설정하였습니다.

 

저희는 판자촌 밤골의 집집마다 밤골을 나타낼 수 있고, 마을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문패를 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2015년 2학기부터 밤골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커다란 규모의 프로젝트였고, 단 둘이서 진행하기에 버거운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완성 프로젝트로 남기고 싶지 않아 겨울방학까지 이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그 결과 밤골의 거의 모든 집에 밤골 문패를 부착하였습니다.

 



 

 

대상지 소개

 


저희가 디자인을 적용하고자 한 마을은 관악구에 위치한 밤골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많이 사는 대학동 고시촌, 녹두거리를 지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마을이 위치해 있습니다. 큰 도로에서 바라보면 그런 마을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가 어려울 만큼 도시 속의 시골처럼 산자락에 마술처럼 밤골이 위치해 있습니다.

 



무허가 판자촌들이 많이 있고, 일부의 자가 형태를 제외하고 대다수 주민들은 50-100만원여의 보증금에 월세 5-10만원의 형태로 세를 들어 사십니다. 120여 집 중 현재 75집 정도에 주민분들이 거주하고 계십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채 열집이 되지 않고, 독거노인 가구가 상당히 많습니다.

 

마을은 대체적으로 오래된 건물과 일부가 깨지거나 낡은 창문, 녹슨 문, 낮은 지붕을 가지고 있습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중간중간 관리가 되지 않는 망가진 빈 집들도 섞여있어서 약간은 으슥한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마을이 작고 문 밖을 나서면 바로 골목이니만큼 도시의 여느 동네와는 달리 주민들끼리는 서로 잘 아는 사이입니다. 그러나 밤골의 모습은 마을의 온정을 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으슥한 마을의 풍경에 주민들의 정겨움이 가려져 있었습니다. 외관상 사람이 사는 집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집들도 많이 있습니다.

 

 


 

활동 소개



 

우리는 이러한 밤골에 우리가 디자인적으로 어떠한 공헌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습니다. 수업 과정 중 창문, 우편함, 문패, 문 손잡이 등 여러 경우에 따른 자료 조사와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마을을 탐방하는 과정에서, 우편함은 이미 작년에 봉사단체가 설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벽화봉사와 집수리 봉사는 다른 단체로부터 일부 가정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기업 등의 단체에서 여러 형태의 벽화가 제작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물질적인 봉사가 많이 지원되고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저희는 마을에 마을의 정체성과, 주민분들이 밤골에 느끼는 애정을 더 키워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밤골과 마을 주민분들이 담긴 문패를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주민들이 사는 집에 좀 더 온기를 불어넣기를 바랐습니다. 골목이 좁디 좁고 사람이 사는 집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밤골에, 집집마다 그 집의 주민분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따스한 집, 더 애정이 가는 집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례도 사랑방의 할머님께서는 이 동네에 살게 되신지 ‘43년밖에’ 안되었다는 말씀을 하실만큼, 마을에 사시는 과반수의 분들은 이 마을에 오래 사신 분들이기도 했습니다. 밤톨 모양의 문패를 집집마다 부착함으로써 ‘나의 집 밤골, 나의 마을 밤골’ 이라는 느낌을 주민들이 더 가질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고, 밤골을 우연히 지나거나 밤골에 봉사를 오는 사람들도 밤골에 대한 애정을 더 가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문패를 설치함으로서 복잡한 밤골에서 집을 더 잘 찾을 수 있는 효과도 바랐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종합하여 밤골이 더 밤골다워 질 수 있기를 바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저희는 경로당 방문을 시작으로 실제 경로당에 거주하시는 분 중에는 밤골 거주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아파트나 빌라에 사셔서 밤골문패가 필요 없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여기에서 한 차례 혼란을 겪었습니다. 경로당 회장님의 조언을 듣고 찾아간 실제 밤골에서 실제 밤골 거주민이신 30통 7반 반장님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반장님을 비롯한 여러 주민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밤골 주민분들 중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 혹은 밤낮으로 바쁘게 일을 다니셔서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실 수 없으신 분들이 밤골에 거주하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방문했던 경로당의 어르신분들과 판자촌의 주민분들이 일치하지 않으며, 저희가 실제로 알아야 할 곳, 이야기를 들어야 할 곳은 경로당이 아닌 마을에 있는 또 다른 작은 사랑방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방은 경로당보다 훨씬 작고, 연탄난로가 하나 있는 아주 작은 하나의 집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통장님을 만나뵙게 되었고, 지속적으로 통장님과 소통하며 비로소 밤골과 밤골의 주민들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들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허락을 맡고 마을 집집마다 설문지를 돌리는 일, 통장님의 권유로 마을 경로잔치 등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하여 주민분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문패에 대한 수요도를 확인한 후, 문패 시안을 제작, 피드백, 후 밤골의 정체성을 담은 밤골 모양의 문패를 특수제작 주문하였고, 이에 따뜻한 정을 담은 캘라그래피 서체를 이용한 시안을 디자인하였습니다. 캘라그래피 서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문패에 옮겨 그렸고, 비용문제로 제작한 MDF 소재의 문패가 물에 젖을까 하여 두가지의 재료의 코팅제를 두가지 방식으로 겹겹이 십여번 수작업으로 코팅하였습니다. 이후 부착방법에 대해 통장님과 상의하였고, 전문적인 실리콘 기사님들을 섭외하여 각각의 집에 부착 하였습니다. 그렇게 밤골의 거의 모든 가구에 문패를 달았습니다.

 




 

지역의 변화 / 사회변화

 


밤골은 원래도 많은 봉사자들이 오가는 동네입니다. 연탄봉사, 쌀봉사, 물품봉사, 집 수리 봉사, 독거노인분 봉사 등 많은 봉사단체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오가는 곳인데 봉사자분들이 오실 때마다 주소만으로는 주민분들의 집을 찾기 어려워 통장님이 일일이 알려주시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했습니다. 실제로 집의 우편함엔은 작게 견출지에 주민분의 성함이 적혀있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5년동안 마을을 돌보셨던 허창무 통장님께서 통장직을 내려놓게 되셨습니다. 새 통장님이 생길 때까지 새로운 봉사자들이 오더라도 이제는 일일이 집을 모두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의 통장님만큼이나 마을을 잘 아는 분은 아직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통장님께서는 내가 이제 없어도 봉사자들이 가야할 곳을 좀 더 잘 찾을 수 있을 것 같아고 안심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매우 뿌듯했습니다. 우편물이 올 때도 이제 헷갈리지 않고 더 잘 받을 수 있겠다는 할머님의 말씀에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희가 장기적으로 바라는 밤골의 변화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주민들이 스스로 ‘나의 집 밤골, 나의 마을 밤골’ 이라고 느낄 수 있는 더욱 따뜻한 마을이 되는 것입니다.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빈 마을이 아닌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것이 마을 외의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면 더 좋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



 

디자인 관리 수업 중 마을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조언들과 피드백 그리고 응원을 해 주신 정의철 교수님과 같이 수업을 듣고 도와준 친구들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진행하기 힘든 규모의 일을 제안해주시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고 피드백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두 명이라는 인원이 감당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나 큰 일을 벌렸음에도 걱정보다는 먼저 믿어주시고, 방학때까지 쭉 해 볼 수 있게 제의를 해 주신 것도 정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의 금전적인 지원, 공헌단 선생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피드백 제공, 행정처리 문제에 대한 조언 등을 통하여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로서, 실제의 인쇄물에 저희의 작업을 반영하는 작업을 많이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밤골 문패 작업은 화면 상의 디자인과 인쇄소 뿐만이 아닌 여러 수작업을 거치게 되었고, 웹이나 길거리 상 쓰이는 인쇄물이 아닌, 마을에 오래오래 쓰일 소중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작업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공간, 현실적인 많은 변수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많은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사회 공헌단의 금전적인 지원 덕분에 밤 모양의 시안을 특수 제작해야하는 비용을 충당 할 수 있었으며, 제작 과정에 드는 미술재료들과 코팅 재료들 또한 사비를 들이지 않고 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난 번 다른 봉사 때 학생들의 실리콘 작업이 서툴러 우편함들이 떨어지곤 했다는 피드백을 받고 고민하던 우리는 지원금 덕분에 전문 실리콘 기사님을 섭외하여 저희가 만든 문패를 튼튼하게 부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마을을 여러번 오고 갈 때마다 저희를 도와주시는 통장님과 사랑방의 어르신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음료, 커피, 다과 등을 사 갈 수도 있었습니다.

 

 

 


느낀 점



 

실제 수업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은 프로젝트였고, 실제의 상황에서 겪은 변수가 너무 많았기에 어려운 점이 분명히 많았고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마을에 갈 때마다 통장님을 비롯한 사랑방의 할머니 할아버지, 탐방을 다닐 때 마다 길에서 만났던 주민분들은 모두 웃음으로 저희를 반겨주셨기에 무사히 이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여러번 봉사단체와 이야기를 나눠보신 통장님의 현실적인 조언들과 지원에 정말 감사했고, 2015년으로 임기가 끝나셨음에도 2016년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저희를 아무런 의무도 대가도 없이 도와주신 수많은 시간들에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역시 수 많은 시간을 들여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힘든 적도, 막막한 적도 너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 가 보는 곳에서 처음 만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끼던 낯섦이 이제는 어느덧 익숙함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하던 변수들에 걱정이 가득했던 적도, 너무나 지친 적도 있습니다. 디자인 수업이었지만 디자인 외에 신경 쓸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항상 발로 뛰어다녀야했기에 다른 일상에 지장이 생긴 적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이만큼 고생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고민하게 되는 고비도 여러번 겪었고, 문패를 부착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현실에서 일어날 변수들에 대해 걱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처음보다 변수에 더 익숙해지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 능숙해진 저희 자신을 발견합니다. 문패가 실제로 한 집 한집에 부착되던 날, 마주치는 주민 분들의 미소 하나하나에 힘들지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고, 저희도 따라 미소짓게 되었습니다. 다시 밤골에 들르게 될 때마다 하나하나 달려있는 밤톨들을 보며 마음이 따스해 질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선물 해 준 끝까지 함께 해 준 팀원 서로에게, 또 함께 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