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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헌단] <르포> 'SNU봉사단', 깨끗한 물을 통해 베트남의 밝은 미래를 보다

2016-08-12l 조회수 5135




<르포> 'SNU봉사단', 깨끗한 물을 통해 베트남의 밝은 미래를 보다




베트남은 정말 덥다. 아침 기온이 38도에 육박하였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더라도 온 몸에 땀이 흐르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습한 공기는 불쾌지수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단은 각자 맡은 역할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현지 주민들과 함께 최상의 하모니를 이뤄냈다.

 

제12기 스누(SNU)봉사단의 활동이 막을 내렸다. 스누봉사단 단원 56명(인솔교수 1명, 학생 단원 25명, 공헌단 직원 2명, 기술/교육전문가 6명,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12명, 베트남 현지 대학생 10명)은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9일까지, 9박 11일에 걸쳐, 베트남 빈딘 성(Bình Định)에 위치한 프억꽝중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실시하였다.

봉사단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기술봉사와 교육봉사 활동이다.
기술봉사활동은 빗물/우물을 이용한 정수시스템을 설치하는 활동이며, 교육봉사는 프억꽝중학교 학생들이 정수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기술봉사는 총 7일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교육봉사활동은 총 3차시(7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봉사활동을 진행한 7일 간(7/31~8/6), 스누봉사단의 활동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제 봉사단의 활동을 조금씩 살펴보고자 한다.


 

“힘들면 나랑 교대하자!”


7월 31일, 봉사단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봉사단은 두 팀(Site1, Site2)으로 나뉘어 빗물정수시설 설치작업을 시작하였는데, 이 날의 주요 작업은 빗물정수시설을 지지해줄 수 있는 기둥을 건설하는 작업이었다.

무더위 속에서, 그리고 따가운 햇빛 아래에서, 벽돌을 운반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벽돌이 쌓여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Site1에서는 수레를 이용하여 벽돌을 운반할 수 있었다. 하지만, Site2는 중간에 계단이 있어 수레를 이용할 수 없었고, 손으로 직접 벽돌을 운반해야만 했다. 무거운 벽돌을 쉬지 않고 옮기는 작업 때문에 지칠 법도 하지만, 단원들의 얼굴에서는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 이 과정에서 “힘들면 나랑 교대하자! 넌 가서 좀 쉬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본인 역시 많이 지쳤을 텐데도 다른 단원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편, 학교 중앙 인근에서는 시멘트를 섞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었다. 벽돌을 쌓아 올린 후, 이를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서너 명의 학생이 시멘트 섞는 작업을 담당하였는데, 석회석 가루와 모래를 직접 퍼 날라야만 했다. 그나마 시멘트를 반죽해주는 작은 기계가 있어, 시멘트를 직접 섞지는 않아도 됐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시멘트를 섞는 작업도 상당히 고되었다. 석회석 가루를 부을 때 날리는 잿빛 가루들은 단원들의 호흡을 곤란하게 만들었고,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래더미(시멘트와 섞기 위한 것)를 볼 때마다 단원들의 숨도 턱턱 막혀왔다. 시멘트를 섞는 작업을 담당하였던 김도훈(기계항공공학부 2학년) 씨는 “삽질은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같이 작업한 형들의 도움 덕분에 삽질 기술이 많이 발전하였다”며 “그래도 시멘트 섞는 작업은 10분만 고생하면 되니까 나름 괜찮은 작업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웃어 보였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하지만 단원들의 작업이 순조롭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활동 첫 날, 봉사단은 그 동안 작업했던 벽돌기둥을 모두 부숴야만 했다. 봉사단이 계획했던 설계도와 현지 사정이 맞지 않아 벽돌기둥을 다시 쌓아 올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반나절 간 열심히 작업했던 결과물인 만큼, 많이 아쉬울 법도, 그리고 짜증이 날 법도 했다. 하지만 봉사단 단원들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지시에 잘 따라주었다. 봉사단 단원 윤기성(기계항공공학부 1학년) 씨는 “벽돌기둥을 부술 때는 솔직히 많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더 잘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 우리가 작업했던 벽돌기둥들이 많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벽돌을 쌓는 방법도 미숙했고, 시멘트도 잘 바르지 못한 것 같았다. 벽돌기둥을 다시 만들면서 조금이나마 경험도 쌓이고, 보다 튼튼한 기둥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활동 둘째 날에는 시멘트를 섞어주는 기계(믹서)가 고장 났다. 기계의 모터 부근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봉사단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가 바로 시멘트였던 만큼, 믹서의 고장으로 인해 봉사단의 작업에도 큰 차질이 발생하였다.

결국 봉사단 단원 중 서너 명이 직접 삽을 들고 시멘트를 섞어야만 했다. 삽으로 시멘트를 섞는 작업은 쉽지 않다. 우선, 시멘트로 ‘산’을 만들고, 그 안에 구덩이를 판다. 구덩이가 만들어지면, 그 안에 물을 붓는다. 물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산의 모양으로 쌓인 시멘트 더미와 그 중앙에 위치한 물은 마치 화산(火山) 정상에 위치한 칼데라 호를 떠올리게 했다. 시멘트 산에 물을 부은 후에는, 산이 무너지지 않도록, 아래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삽질을 시작한다. 물과 석회석가루, 그리고 모래의 비율을 적절하게 맞추어가며 삽질을 계속 하면 드디어 시멘트가 완성된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인 만큼, 봉사단 단원들 중에서도 시멘트를 섞어 본 경험이 있는, 소위 ‘베테랑’ 단원들이 시멘트 섞는 일을 담당하였다. 시멘트 섞는 일을 담당하였던 양재현(화학생물공학부 4학년) 씨는 “시멘트를 손으로 섞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손으로 한 번 작업할 시간 동안 기계로는 네 번 이상을 작업할 수 있다. 새삼스레 기계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다른 단원들과 함께 삽질을 하며 호흡을 맞추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며 씨익 웃어 보였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다”


봉사단은 기술(건축)봉사뿐 아니라, 교육봉사활동도 함께 진행하였다. 어찌 보면 봉사단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활동은 기술봉사가 아니라 교육봉사일지도 모른다. 봉사단 단원들은 7월 초부터, 꼬박 한달 간 교육봉사활동을 준비해왔다. 교육전문가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하고,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서 부족한 점을 보충하였다.


교육봉사활동은 주로 한국 학생들이 대본을 짜고, 이를 설명하면 베트남 대학생들이 베트남어로 번역해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얼핏 듣기에는 쉬운 작업일 수도 있겠지만, 봉사단 단원들이 가장 애를 먹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어휘를 번역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랐다. 한국 학생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베트남어로 정확히 옮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번역을 담당하게 된) 베트남 대학생들은 대본의 내용을 다시 베트남어로 풀어서 설명해줘야 하는, 이중적인 노고에 시달려야만 했다.


특히, 6조의 경우,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현지 대학생이 없었다. 결국 6조는 모든 작업을 영어로 수행해야만 했다. 한국 학생들이 영어로 설명을 하면, 현지 대학생들이 이를 베트남어로 번역하여 아이들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6조 조원들은 밤 늦게까지 영어 대본을 작성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교육봉사 당일, 봉사단 단원들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베트남에서는 수업이 일찍 시작하기 때문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느라 피곤했을 테지만, 단원들은 피곤한 기색보다는 과연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교육활동을 진행한 이윤규(화학생물공학부 2학년) 씨는 “한국에서, 그리고 어제 밤까지, 다른 단원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막상 학생들 앞에 서려니까 긴장이 많이 된다.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단원들의 걱정도 잠시, 교육봉사활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잘 진행되었다. 교육봉사활동이 진행된 프억꽝중학교 8학년(중학교 2학년) 6개 반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단원들과 프억꽝중학교 학생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2차시에 진행된 ‘부루마물’게임은 현지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부루마물 게임은 국내에서 유명한 보드게임인 ‘부루마불’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으로, 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물 부족 문제들을 게임을 통해 복습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게임이었다.


부루마물 게임 역시 7월부터 고안되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현지 학생들은 너무나 열정적으로 호응해주었다. 학생들은 주사위 눈 하나에 울고 웃고, 그리고 기쁨의 춤을 추기도 하였다. 그 동안 단원들이 열심히 노력한 것을 현지 학생들이 알아준 것은 아닐까? 부루마물 게임을 진행하였던 김인지(심리학과 박사과정) 씨는 “부루마물 게임을 할 때, 생각보다도 학생들이 너무나 즐거워해줬다. 그 동안의 노력이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3일에 걸친 교육봉사활동이 모두 끝난 후에는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봉사단 단원들은 작은 기념품과 간식들을 현지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며 이별을 고해야만 했다. 일부 단원들, 그리고 일부 학생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정이 많이 든 탓이리라.


어느 교실에서는 현지 학생들이 울고 있는 단원들을 달래주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학생이 울고 있는 단원에게 다가가 우리말로 “울지 마요, 언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슬프면서도, 현지 아이들의 너무나도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생 끝에 물이 나온다!


현지 학생들과의 아쉬운 이별을 뒤로 하고, 봉사단은 기술봉사활동 막바지 작업에 착수하였다. 오후 동안, 봉사단은 배관설치작업 및 개수대 지붕 설치작업을 진행하였다. 지붕에 위치한 집수장치에서 빗물 저장탱크, 그리고 다시 필터를 걸쳐 개수대에 연결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정수시설이 모두 완료되면 프억꽝중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단원들의 손놀림은 더욱 분주해져만 갔다.

봉사단의 하루 일과는 오후 4시 30분이 되어 모두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 날 오후 4시 30분이 되어서도 작업은 마무리할 수 없었다. 내일은 작업을 마무리 짓는 날이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 결국 기술전문가 4명을 포함한 15여명의 단원들이 프억꽝중학교에 남아 추가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기술전문가로 참여했던 김현우(건설환경공학부 박사과정) 씨는 “내일 침대 칸 열차를 타고 이동한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침대 칸 열차를 타 본 적이 없었는데, 꼭 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더욱 열중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야간작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소개하였다.

“딩동!” 저녁 8시가 넘어서야 한 통의 알림음이 울렸다. 개수대에서 물이 나오는 영상이었다. 숙소에 먼저 도착해서 쉬고 있던 단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단원들이 지난 7일 간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추가작업 팀은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물이 나온다고 해서 귀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수대를 통해 나오는 물이 식용수로 적합한지, 그리고 혹시 봉사단이 설치한 정수시설에 문제점은 없는지를 최종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수시설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모두 확인하고서야 귀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개수대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이 쏟아지는 그 순간, 50명이 넘는 봉사단 단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다들 너무나 열심히 일해주었고, 그것에 대한 ‘꿀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봉사단 단장 윤제웅 교수(화학생물공학부)는 “우리 학생들이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작업이 잘 마무리되었다. 800명에 이르는 빈딘 지역 중학교 학생들이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물을 여러분들이, 일주일 동안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이 자리를 빌어 한수원 직원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한수원 직원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소감을 전하였다. 학생단장 정준영(건설환경공학부 4학년) 씨는 “우리의 피와 땀이 섞인 노력의 결실을 오늘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한번도 표정 찡그리지 않고 웃으면서 열정을 가지고 일해준 단원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다시 일상으로..


봉사활동이 모두 끝나고, 봉사단 단원들은 2일 간의 문화탐방을 체험하였다. 호이안, 그리고 다낭 지역에서 진행된 문화탐방 시간은 봉사단 단원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많이 남겨주었다.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날 저녁에는 현지 대학생들과의 마지막 저녁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 봉사단 단원들에게도, 베트남 학생들에게도 너무나 아쉬운 자리였다. 일부 단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주일 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게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지난 7일 간, 봉사단 단원들은 베트남 프억꽝중학교에서 기술봉사 및 교육봉사활동을 진행하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그 동안 단원들은 무더위와, 피로와 싸워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을 진행해왔다. 힘들었다면 힘든 기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 학생들과의 인연, 그리고 봉사 마지막 날 개수대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며 느꼈던 짜릿함은 모든 단원들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글로벌사회공헌단 = 김상원 소셜 에디터)